이곳에 처음 왔을 때 양심의 가책과 몸의 편안함을 동시에 느꼈던 점이 하나 있어요.
분리수거를 안 한다는 점이에요.
한국에서는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늘 당연한 일이라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늘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해오던 일이었죠.
그런데 여기서는 안 하니까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갈수록 익숙해지긴 하더라구요.
마음은 항상 어딘가 불편합니다.
이곳에서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싱크대에서 분쇄하여 버리고 그 외 쓰레기는 단지에 있는 쓰레기차에 버립니다.
솔직히 몸은 정말 편합니다. 하지만 이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생각에 버릴 때마다 늘 죄책감을 느끼며 버립니다.
3억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1인당 약 773kg의 쓰레기를 매년 버린다고 해요. 전체로 보면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1인당 쓰레기 양은 1위라고 합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분리수거를 하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폐기물 정책도 다르고 관찰해본 결과 주택단지 같은 동네의 경우 분리수거를 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마트 앞에 분리수거함이 놓여 있기도 합니다. 또 공병이나 페트병을 수거하는 머신이 마트에 있어서 페트병을 모아가면 캐시백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닐봉지나 종이컵, 종이 접시 등 일회용품을 매우 쉽게 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요.
특히 비닐봉지의 경우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죄다 비닐봉지에 넣어 주더라구요.
하나의 비닐봉지에 물건을 가득 채우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물건끼리 담아서 비닐봉지를 아낌없이 씁니다.
무거운 물건은 비닐봉지를 두 겹으로 해서 담아주기도 하죠.
한국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사서 장본 것을 담거나 장바구니가 보편화되어 있으니까
이것에 익숙해 있던 저는 미국 마트의 비닐봉지 쇼핑이 꽤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도 비닐봉지를 마트에서 쉽게 썼는데도 금방 잊어버렸더라구요.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친환경 차인 전기차 산업도 발전하고 있구요.
생활적인 부분에서는 중고물품에 대한 인식도 좋아서 중고거래도 활발합니다.
본인이 안 쓰던 물건을 차고에서 내다 파는 거라지 세일도 항상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구요.
이렇듯 친환경적인 면이 많은 동네가 미국인데 분리수거는 매우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엄격하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말이죠.
미국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해요. 재활용하는 것보다 매립이나 소각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저렴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쓰레기 매립지 문제가 늘 님비현상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이죠.
하지만 미국은 땅이 넓으니까 어디든 매립할 수 있는 곳이 아직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비용이 드는 재활용 제도는 지지부진하고 값싼 매립이 여전히 주요 쓰레기 처리 정책인 것입니다.
환경문제가 마냥 경제적 효율만 따져서는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인구 3억의 거대한 국가에서 쓰레기 배출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쓰레기 문제는 늘 제자리걸음일 뿐입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편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데 익숙해진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여기서는 다 그렇게 버린다라며 현실을 외면해버리고 말았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인간의 쓰레기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저는 그래서 공병이나 플라스틱만이라도 모아 놨다가 마트에 따로 버리도록 합니다. 아주 최소한의 노력이지만요.
물론 분리수거만 잘해서는 환경을 살릴 수 없습니다. 분리수거된 쓰레기들이 얼마나 재활용되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2019년 한국의 생활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86%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수거된 재활용 비율인데요. 이 중에서도 실제적으로 재활용되는 것은 40%도 안 된다고 해요.
재활용의 효율도 분리수거를 정말 제대로 함으로써 높일 수 있다고 해요.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음식을 배달하거나 포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 배송으로 인한 포장지와 박스의 양도 늘었구요. 이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었다고 해요. 여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구요. 팬데믹 시국으로 인해 지구의 쓰레기 문제는 더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분리수거에 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쓰레기 재활용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분리수거를 의무적으로 실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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