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여러 가지 면에서 정리해봤어요.
제가 한국에서는 아이를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과 한국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어요. 두 나라가 각각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어 어느 곳이 딱 육아하기 좋다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도서관 스토리 타임
미국에 지인이 많지 않고 또 갈 데도 많이 없으니까 한국에 있는 키즈 카페나 문화센터가 부럽더라구요. 아기가 점점 자랄수록 어떻게 하면 잘 놀아줄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고민이었거든요. 집에서 노는 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요즘은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아이들에게 참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여기도 아이들의 노는 체육관(gym) 같은 곳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곳에서 제가 주로 이용한 시설은 도서관이었어요. 그곳에서는 어린 아기부터 아동들까지 다양한 연령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 타임을 운영하거든요. 책을 읽어주고 놀이도 같이 하는 무료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도서관이 4군데 정도 있습니다. 저는 아기가 7개월이 됐을 무렵부터 갔는데 가보니 더 어린 아기들도 많이 오더라구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경험도 할 수 있고 어린 아기의 경우 엄마랑 노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스토리 타임뿐만 아니라 아동 도서실에는 다양한 장난감도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두뇌발달로 유명한 장난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렴하지 않은 기관보육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육아휴직을 1년 보장해주는 곳이 드물다고 들었어요. 보통은 아이가 생기면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해요.
데이케어라고 해서 어린 아기들을 돌봐주는 한국의 어린이집 같은 곳이 있는데요. 그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내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 달에 보통 1,000~2,000달러 한다고 들었어요. 지역 물가 편차가 심해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형편에 따라 정부 지원도 있긴 하지만 웬만하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엄마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엄마가 놀아주고 교육도 하는 등 엄마와 아기가 지내는 시간이 매우 많다고 느껴집니다.
비용도 비싼데 한국 어린이집처럼 섬세한 케어나 교육 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치지 않게 지켜봐 주는 정도라고 해요. 이런 면에서 한국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도 많이 이루어지고 아이들을 세심하게 케어하는 선생님들의 노력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요즘 어린이집 학대 사건들이 뉴스에 많이 떠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지만 좋은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문턱 높은 병원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에서는 마음 편히 병원 가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꽤 괜찮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이상 한국처럼 편하게 가기가 힘듭니다. 비용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측면에서도 좀 그런데요. 제가 아는 사람은 아이가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몇 시간을 기다렸다고 해요. 어린아이들은 갑자기 열이 나기도 하고 아픈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빠르게 처치할 수 있는 병원이 좋은데 미국 응급실에 경우 비용이 너무 비싸니까 가기 꺼려지게 되더라구요. 응급실이 아닌 일반 병원 진료를 보려고 해도 항상 예약해야 되고 어쩔 때는 예약을 해도 오래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
물론 미국에도 Urgent care라고 해서 당일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질병을 종합적으로 보기 때문에 해당 질병의 전문의가 보는 것은 아니므로 급할 때 가는 곳이고 심각한 병이면 다시 전문 병원을 예약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Urgent care를 몇 번 갔었는데 이곳에서도 꽤 오래 기다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딜 가든 항상 기다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인펀트/토들러 발달 프로그램
저희 아이는 태어날 때 경미한 HIE(허혈성 저산소 뇌병증)로 인해 2주간 집중치료실에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퇴원할 때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인펀트/토들러 발달 프로그램을 소개받았고 무료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아이의 발달 사항을 체크해주고 필요에 따라 인지적, 신체적 부분에 대해서 트레이너를 붙여줍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결과적으로 뇌 초음파, MRI 등의 검사가 정상으로 나와서 다행히 정상적으로 퇴원을 했는데요. 정상적으로 퇴원했어도 혹시나 있을 발달의 문제를 대비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는 것이 정말 고마웠고 실제로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느낌이었어요. 제 딸아이는 physical trainer에게 훈련을 받았어요. 훈련이랄 것도 없이 지켜보면서 운동을 좀 시켜주는 건데요. 첫 아이라서 모르는 게 많고 주변에 지인도 별로 없어서 걱정했는데 같이 발달 사항을 체크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정말 좋았어요.
더욱이 좋았던 건 한국인 통역사를 붙여주셔서 더욱 편안했고 어디 갈 것도 없이 집으로 선생님들이 방문하여서 이동할 일이 없어 편했어요. 이러한 단면을 통해 미국은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을 느꼈고,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육아에 필요한 많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어요. 주변에 아이를 위한 시설이라든지, 시에서 운영하는 아이 관련 놀이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답니다.
육아용품과 장난감
미국에는 다양한 장난감들을 저렴한 가격에 많이 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좋은 장난감이 많겠지만 워낙 시장이 커서 그런지 가격이 다 저렴한 것 같습니다.
장난감이 아닌 아이 돌봄과 관련된 육아용품의 경우 품질적인 면에서 더 우수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기 옷 같은 경우 한국은 아주 어린 아기들의 옷은 태그가 피부에 닿지 말라고 밖으로 나와 있잖아요. 미국 옷들은 이런 섬세함이 없다고나 할까요. 천 재질의 부드러움도 훨씬 한국이 나은 것 같구요.
자유로운 분위기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는 미국인 것 같습니다.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거나 공부를 어린 나이부터 열심히 시키거나 하는 면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이곳에서도 명문대를 가기 위한 노력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해요. 하지만 다양한 진로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측면이 강하다고 하는데 이런 점은 한국에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공부 1등을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 나라는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사람들을 밑에서 받쳐주는 느낌이랄까..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으려면 교육의 다양성이 정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국 육아로 제가 느끼는 어려운 점의 하나는 가족이 주변에 없다는 건데요. 가끔 개인적인 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가까운 가족이 있다면 참 고마운 일인 것 같습니다. 영상통화를 하면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도 아이를 엄청 보고 싶어하시는 것도 크구요. 한창 예쁘고 사랑스러운 때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놓치시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아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면에서 얻는 장점도 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육아 간섭을 훨씬 덜 받는다는 것이죠. 어디에 있든 장단점은 있고 육아는 쉽지 않은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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